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담출판사
나의 점수 :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츠지 히토나리.
연애소설만 쭉 써온줄 알았더니, 이번의 신작은 다르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산한 편.
읽는 새벽 내내 스물스물한 느낌을 받았다.
자기정체성 장애를 가져, 또다른 자신 히카루가 보이는 소년 도오루와,
여성의 신체에 남성의 마음을 가진,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자아이 시라토
이 두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3년 전과 같은 방법으로 유괴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두아이 사이에서는 사랑인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몰락몰락 피어오르고..
도오루 속에 기묘한 마음이 들고 일어섰다. 밀려오는 파도 같은 것에 자칫 멱혀들거 같아서 도오루는 저도 모르게 어금니를 꾸욱 깨물었다. 예상치 못한 마음의 출현에 놀라 도오루는 팔꿈치를 짚은 그대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시라토의 짧은 머리칼을 흔들었다. 그 바람은 도오루의 드러난 마음을 씻어주듯이 온화하게 스쳐갔다. 마치 깨끗한 계곡물에 손을 넣어 그 차갑고 맑은 흐름을 받아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의 매끄러운 입자가 살갗의 세포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는 기분 좋은 감각이 신경을 통해 자꾸만 머릿속으로 전달되었다. 가슴을 가만히 감싸 안는 듯한, 혹은 졸라매는 듯한, 숨 쉬기가 힘든데도 흥분되고 안타까운데도 풍성한 듯한 이 기분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데도 그립고 충동적이고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하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도오루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은, 사람의 마음속에 어두운 기운을 불어넣는 '회색'의 존재라고 믿는 도오루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어든다. (사실은 시라토도 위험에 빠졌기도 하고)
도오루는 머릿 속 어딘가에서 한 순간, 시라토를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한 순간의 섬광에는 어떤 근거나 증거도 없었지만, 단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그것은 회색이 인간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며, 인간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데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있어야 한다, 라고 도오루는 생각했다. 희망이 있는 한 나는 언제까지고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어, 라고도.
그리고 인상 깊었던, 도오루의 말.
-기적은 특별한 게 아니야. 인간은 누구나 기적적인 확률로 이 세상에 태어나. 그걸 생각하면 돼. 인간의 숫자만큼 기적이 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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