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iophile

[07.08.25]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lobo gris 2009. 2. 11. 19:54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나의 점수 : ★★★





 "왜 라디오를 한쪽 귀로만 듣고 있어?"

 돌아본 얼굴은, 지극히 행복한 시간을 방해받아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발견! 니나가와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이 정말 잘 어울린다. 눈썹을 찌푸린 모습이 제법이다. 예쁘게 치켜올라가 있는 한쪽 눈썹. 그리고 나를 인간으로도 여기지 않는 듯한 차가운 눈.

 "이렇게 해야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그렇게 말하고, 니나가와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전율이 흘렀다. 포화상태의 기분은 진정되기는커녕 만지는 것만으로도 터질 듯 아픈 여드름처럼 미열과 함께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다시 올리짱의 세계로 돌아가버린 그 등짝을 위에서부터 내려다보고 있으니 숨결이 뜨거워진다.

 아, 어딘가 쓸쓸하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을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다. 아파하는 니나가와를 보고 싶다. 갑자기 솟아오른,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이 거대한 욕망은 섬광과도 같아서 일순 눈앞이 아찔했다.  

-본문 중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친했던 친구는 다른 무리의 친구들을 사귀고. 어느 새 혼자가 되어버린 나. 그리고 약간의 히키코모리 성향을 가진 연예인 빠돌이인 니나가와와 가까워지게 되고, 나는 신경쓰지 않고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만 하는 니나가와에게 나는 싫은건지 좋은건지 구별하기 힘든 애매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제목이 특이해서 집어든 책인데,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죽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냈을까 싶은 재미있는 묘사가 많다.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이 책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 하하.

 근데 정말 19세때 쓴 소설인거야? 와.